Just Like That
February 2, 2012 by doeki

계단 #003

계단 #003

 

길지않은 생애지만  가장 많은 계단을 오르내린 장소를 고르라면, 단연코 지하철이다. 계단이라는 연작 주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 무렵, 우연히 지하철에서 크고작은 우울한 사고들이 일어났다. 신문 지상에서 (물론, 극히 일부 신문에서) 등장하는 계단들은 나에게 단 하나의 낱말 만을 떠올리게 했다. 그 때부터이리라. 계단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점점 어두워져 버렸다. 부글부글 속에서 끓어올랐다. 심장이 끓어오르고 눈은 차가워졌으나, 사실은 나락으로 쳐박히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심장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사실, 좌절감이었다. 변명하고 싶었다. 개인으로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 나를 덮쳐왔노라고.

 

'폭력'

 

그들과 나 사이에 선을 긋고 , 잊고 지낸다.

그들에게 고통의 공간이었을 이 곳에 난 매일 오르내리며, 잊고 지낸다.

나는 이 속에서 그들을 찾을 수 없다는 것조차, 잊고 지낸다.

그들에게 선택의 자유 따윈 없는 공간이라는 사실 또한.

나는 그들에게 있어 가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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